코로나바이러스와 훈데르트바서의 자연주의에 대한 회고
- 주절주절 in 영
- 2020. 2. 5. 23:59
프리덴슈리이히 훈데르트바서Friedensreich Hundertwasser(1928~2000)를 처음 알게 된 후 벌써 9년이 흐른 지금의 나는 마스크 파동,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등 많은 인재(人災)를 만나고 있다. 환경적인 재난이 닥칠 때마다 가슴이 참 답답해진다. 공기처럼 느끼고 마시고 쉽게 생각했던 것들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고 있는가.. 코로나바이러스는 사람을 만나는 것을 두려워하게 만들었고 호주에서 일어난 산불과 더불어 다 타버린 동식물을 보았을 때는 참 마음이 아팠다.
그리고.. 문득 훈데르트 바서가 떠올랐다.
자연을 사랑하고 살아있는 것들을 아낄 줄 알았으며 고인이 되어서도 나무가 되고 싶다는 유언을 남겨 나무 아래 심겨져 정말 나무가 되어 버린 그. 이미 고인이 된 그를 만나볼 자료는 매우 한정적이지만 훈데르트바서가 가진 생각의 창은 나에게 많은 영향을 주었다. 다섯개의 피부(제1피부: 표피/ 제2피부:의복/ 제3피부:인간의 집/ 제4피부:사회적환경과 정체성/ 제5피부: 글로벌 환경과 생태주의) 를 언급한 그는 나로부터 출발하여 사회적 나아가 생태적인 연결고리 또한 깊이 생각한 인물이다.
지금의 나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마지못해 살아가는 그저그런 세상의 한사람이 아닌, 나의 존재가 스스로에게 그리고 누군가에게 울림을 줄 수 있는 무언가가 될까?
나에게는 닮고 싶은 삶을 살아낸 인물이 몇몇있다. 세상의 풍향을 거슬러 올라가는 그들의 공통점은 고난 안에서도 희망을 그려내었고 그것을 실현시켜내었다. 훈데르트 바서의 전쟁 후 폐허가 된 동네를 바라보며 그렸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아름다운 풍경들.. 그의 가슴 안에는 늘 자연에 대한, 살아있는 아름다운 창조물에 대한 사랑이 깃들어있었다. 바서의 작품을 보면 원색적인 색채가 살아있는 에너지에 대한 표현을 뿜어낸다. 훈데르트바서는 돈이 많은 가문에서 태어나고 자라서 거창하게 그림을 시작한 인물이 아니다. 제2차 세계대전 중 유대인이었던 외할머니를 비롯하여 69명이 몰살당했으며 이 경험은 전생애에 트라우마로 남아 그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 물론 꽃과 자연을 사랑하는 화가 어머니의 영향을 받아 원색적이고 감각적인 표현을 일찍부터 접한 것은 사실이지만 실제 그가 주로 그림도구로 삼았던 것은 쓰다남은 신문지, 껌종이 등 흔히 접할 수 있지만 쉽게 버려지는 것들이었다. 나무를 사랑한 나머지 집안에 나무를 심었던 그는 버려지는 빈병을 이용해 집을 지었으며 답답한 벽에 대한 경계마저 무너뜨린다.
병벽이 있는 병실에서는 여름철에는 풀로 된 지붕 아래 멋진 시원함을 느낄 수 있고, 뉴슬랜드 콘서트 프로그램 방송국의 클래식 음악, 광고 없이 남아프리카의 무전전파 라디오에서 태양빛으로도 작동하며 손으로 충전할 수 있습니다. 겨울에는 나무를 직접 데웁니다. 저는 Dürer, Breughel 그리고 Schiele이 그림 그리는데 그렇게 아름다웠다고 생각하지 않아요. (from: Hundertwater 1928-2000, Catalogue Raisonné, Bd. 2, 가방, 쾰른 2002, 페이지 716)
작품을 보면서 느껴지는 에너지들을 만났을 때 그가 얼마나 열정적으로 삶을 살았는지 엿볼 수 있다. 오스트리아 작가이자 가우디의 영향을 받아 직선과 수직적인 딱딱함보다는 곡선을 사랑한 인물. 신은 직선을 만들지 않았다라고도 한다. 훈데르트바서는 작가에서 시작해서 영화예술가, 건축가, 나체주의, 환경운동가 등 수식어가 참 많이 붙는 인물 중에 하나이다. 그를 처음 만났던 것은 2011년 예술의 전당에서 열린 훈데르트바서전이었다. 그의 전시회를 보고 놀랐던 부분 중 하나가 작은 한 사람의 생각이 이렇게 엄청난 영향을 미치고 세상에 밝은 빛으로 밝혀질 수 있다는 점이었다.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 역시 빼놓을 수 없다. 자연과 어머니, 술과 여자를 사랑하였고 자신만의 독특한 패션을 좋아해 직접 디자인해서 옷을 만들어입기도 했으며 모든 종교를 아우르는 이해의 염원을 담은 건축물을 제작하는 등 다소 엉뚱해보이지만 유니크한 생각이 참 재미있게 다가온다.
반지의 제왕 호빗마을의 모델이 되었던 Thermal village Blumau의 모습
쉽게 지나치는 것을 다른 시각으로 바라보았던 훈데르트바서의 눈에는 자연에 대한 갈망이 담겨져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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